
맥락이 흩어지는 시대
AI에게 내 뇌를 맡겨보기로 했다 — 1편. 프로젝트는 늘어나는데 맥락은 흩어지고, AI는 속도만 올려줬을 뿐 관리 부담은 커지기만 합니다
시대 문제: 앞으로 모든 사람이...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I 시대에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병목이 아니게 됐습니다. 기획하고 만들고 관리하는 파이프라인에서, 병목이 '만들기'에서 '기획과 관리'로 넘어왔습니다. 기획과 관리 능력이 곧 사회가 원하는 역량이 됩니다.
기업은 이미 관리라는 숙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을 테고, 다양한 팀이 과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팀들이 상호 맥락을 모를 때 발생하는 비효율을 관리하고자 문서를 쓰고 미팅을 합니다. OKR이니 KPI니 스프린트니 툴도 도입하고요. 모두 서로가 상황을 인지하고 싱크하고 발전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공유된 글과 맥락을 읽지 않거나, 참여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싱크가 맞지 않습니다. 매니징이 되지 않습니다.
개개인이 이미 너무 많은 맥락과 목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AI로 인한 콘텐츠와 맥락의 범람은 프로젝트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실함이나 이해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언어는 위대하지만 그렇게 효율 좋은 정보 전달 매체는 아니니까요.
꼭 회사의 업무가 아니라도 인생에는 다양한 과제들이 있습니다. 공부, 커리어, 결혼, 여행, 투자. 각각은 하나의 큰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는 작은 과업들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모델링할 수 있기에, 이미 사람들은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젝트를 돌리는 Project Manager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든 대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모른 채 관리의 빈틈을 메워왔습니다. 매니저의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마저 힘들어하는 일을 우리는 매일, 매시간 하고 있습니다.
AI가 바꾼 것, 그리고 새로 생긴 문제
AI에게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개별 작업들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수행 능력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갔습니다.
얼마 전 앤트로픽이 핸드폰만 있으면 컴퓨터로 AI를 돌릴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처음엔 반가웠는데, 생각해보니 어쩔 수 없이 쉬는 시간마저 사라지겠다 싶었습니다. '나'라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서 —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AI에게 더 잘 맡기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AI 진영에서 harness나 OpenClaw가 각광받는 것은 기획/운영을 어떻게든 넘기고 싶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인지부하가 만들어낸 압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맥락이 흩어지는 문제, 그리고 그 이면의 문제
다양한 프로젝트, 과제, 질문/답변의 맥락은 여기저기 흩어졌고 AI와 나눈 대화 속 양질의 깨달음과 지식은 흩어졌습니다. 맥락이 흩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인지부하입니다. 내 과제의 해답을 탐색하는 데 또 다른 인지부하를 만들어냅니다. 그때 생각했던 그 아이디어가 ChatGPT랑 얘기했는지, Claude랑 얘기했는지 모르겠고, 에이전트들이 들고 있는 메모리에 나에 대해 뭐라고 적어놨는지 매번 확인하기도 힘듭니다. 모델별로, 버전별로 성능도 성격도 달라서 강제로 분리된 페르소나에 따라 기대를 충족하는 답변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에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식/정보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잃는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입니다. AI 서비스들이 나누어 들고 있는 내 지식들을 찾아내기도, 통합하기도, 관리하기도, 연결하기도 어렵고 활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양질의 지식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기업 수준에서도 많이 쓰는 피그마와 노션 같은 프로덕트를 소유한 회사들은 정보를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지식이 흐르는 것을 어떻게든 늦추며 생존 궁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노션, 피그마에 의존하다가 데이터와 AI 파이프라인의 흐름이 막히면 그 막힌 시간만큼 뒤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부담을 만들어냅니다. 뾰족한 수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이 부담은 기업의 구성원에 전파됩니다.
결국, 관리해야 할 프로젝트는 늘어나는데, 그 관리를 도와줄 지식이 파편화되고 통제도 사용도 관리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 개인과 기업에게 늘어나는 관리 부담과 맥락이 흩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개인이나 회사의 흩어진 맥락을 한 곳에 모으며 싱크하고,
- 프로젝트가 늘어나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가져가고,
-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지식으로 쌓이게 하고,
- 그 안에서 AI가 나/개인/팀의 의사결정 패턴을 학습하게 하고,
- 이 모든 맥락을 AI 서비스 회사가 아닌 해당 주체가 소유할 수 있다면 —
꽤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이 방향을 계속 생각했고, 지금은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검증해보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것들이 보이고 있어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