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뇌가 시스템 안에 있다
AI에게 내 뇌를 맡겨보기로 했다 — 5편. 파일로 정의된 행동, 축적된 지식, 그리고 Brain in a Vat의 실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 —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면 지식이 남는 구조, 글쓰기 스쿼드, 이미지 실험, 서비스 — 이 전부 파일과 폴더로 존재합니다. 매직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어떻게 동작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파일로 정의된 행동
이 기록들은 알아서 쌓이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 안에 "언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지"가 정의돼 있습니다.
AI와 일하는 환경 — 하네스(harness)라고 부르는데 — 안에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 스킬: 작업 흐름을 정의한 것.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런 순서로 회고해"처럼 단계와 조건이 적혀 있음.
- 에이전트: 특정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AI 행동을 정의한 것. "콘텐츠 소재를 감지할 때는 이런 기준으로 판단해"처럼 전문 영역이 적혀 있음.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고 스킬이 돌아갑니다.
graph TD
A[프로젝트 완료] --> B[회고 시작]
B --> C[지식 추출]
B --> D[패턴 관찰]
B --> E[콘텐츠 소재 감지]
C --> F["vault/knowledge/ 에 저장"]
D --> G["vault/user/ 에 기록"]
E --> H["squads/narrative/ 에 등록"]이 흐름이 스킬 파일에 이렇게 정의돼 있습니다.
회고 스킬 (간략화)
- 지식 추출 — 리서치, 의사결정, 시행착오를 정리하여 vault/knowledge/에 저장
- 패턴 관찰 — 반복되는 판단 기준을 vault/user/에 추가
- 콘텐츠 감지 — "이번 작업에서 스토리로 뽑을 게 있는지" 확인
- 아카이브 — 완료된 프로젝트를 보관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지식과 패턴이 쌓인 겁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사람도 읽을 수 있는 파일(md)이라는 점입니다. 스킬도 파일, 에이전트도 파일, 규칙도 파일. 마음에 안 들면 열어서 고치면 됩니다. 새로운 스쿼드가 필요하면 AI와 함께 기존 문서들을 참조하여 폴더를 하나 만들면 되고, 워크플로우를 바꾸고 싶으면 스킬 파일을 수정하면 됩니다. 기본 설정(out of the box)으로도 동작하지만, 원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쌓인 것들
이 시스템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뉩니다. 축적되는 곳과 운영되는 곳.
하나씩 열어보겠습니다.
vault/user/ — AI가 관찰한 나의 패턴이 기록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 패턴 파일을 열어보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AI가 포착한 판단 습관이 이런 식으로 쌓여 있습니다.
Decision Making — 의사결정 방식
- Parallel First: 독립적인 작업이 여러 개 있으면 동시에 진행 (4-8개 병렬)
- Validate Incrementally: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고, 돌아가는 걸 확인한 다음 확장
- Commit-then-Close: 마무리 전에 항상 커밋부터
- Pragmatic Completion: 핵심이 끝났으면 부수 작업은 생략
- Selective Adoption: 확실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보류
...105개
같은 폴더에 글쓰기 성향도 기록돼 있습니다. AI에게 글을 쓰게 하면서 "아니 그렇게 말고"를 반복했더니 축적된 것들입니다.
Writing Profile — 화자 성향
화자는 독자와 같은 높이에서 경험을 전달하는 성향입니다.
- W1: 경험 또는 보편적 관찰로 진입한다
- W2: 판단을 놓아둔다 —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남김
- W3: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 W4: 수치가 있으면 형용사가 불필요하다
- ...
이 파일을 참조해서 AI가 글을 씁니다. 이 글도 그렇게 쓰였습니다.
vault/knowledge/ —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추출된 지식이 쌓이는 곳입니다. 회고 파이프라인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발견한 패턴이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End-of-Chain Synthesis Degradation
다단계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가 자유 텍스트 합성인 경우, 판단 품질이 체계적으로 저하되는 현상.
요인 설명 컨텍스트 포화 긴 작업 후 분석 능력 저하 순차 실행 관성 동일 에이전트가 전 단계를 거치며 fresh perspective 상실 마무리 편향 마지막 단계를 "정리 작업"으로 인식
기록해두니 다음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workspace/squads/ — 도메인별 작업 공간. 각 스쿼드 안에 해당 도메인의 지식이 독립적으로 쌓입니다. 이미지 스쿼드를 열어보면, 타로 카드 이미지를 만들면서 실험한 프롬프트 패턴이 이렇게 정리돼 있습니다.
Prompt Patterns — 실험에서 귀납적으로 도출된 프롬프트 패턴
# 패턴명 발견 1 테마→시각적 메타포→중간 판단 R3 5 보더는 정체성 캐리어 R4 8 단일 변경 원칙 R5 10 토큰 예산 제로섬 R5 ...25개 패턴
글쓰기 스쿼드에는 프로젝트 회고에서 콘텐츠 소재를 감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오픈소스를 리서치하는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AI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2026-03-27 Content Discoveries
[external-share] 30개 오픈소스를 뜯어보고 나서 보인 것들 confidence: 0.95 / judgment: A / action: 등록완료 (5편 시리즈)
[behind-story] 같은 모델인데 왜 다르게 행동하는가 confidence: 0.82 / judgment: B / action: 보류등록
workspace/initiatives/ — 프로젝트들이 있는 곳입니다. 제 시스템에는 180개가 쌓여 있고, 143개는 완료돼서 아카이브됐습니다. 이 글을 쓰는 작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개발자라면 한 가지 더 — AI가 매 세션 시작할 때 읽는 설명서가 있습니다. 시스템의 구조, 탐색 규칙, 행동 성향이 정의돼 있어서 AI가 세션마다 처음부터 "이 시스템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해합니다.
Brain in a Vat
"통 속의 뇌"라는 철학 사고 실험이 있습니다. 뇌가 통 안에 들어 있어도, 외부와 동일한 신호를 받으면 같은 경험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스템 안에는 제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지식을 쌓고, 어떤 패턴으로 일하는지가 들어 있습니다. AI가 이 시스템을 읽으면, 제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제 사고의 연속성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입니다.
저절로 된 건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하고, 회고하고, 지식을 추출하고, 패턴을 기록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180개의 프로젝트가 지나가면서 시스템이 두꺼워졌습니다.
제 능력이 변한 건 아닙니다. 시스템이 두꺼워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자기만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를 GitHub에 공개했습니다.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대안을 검토하고 왜 버렸는지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
저는 프로젝트 하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범위를 잡고, 리서치하고, 실행하고, 회고하는 흐름을 한 번 돌려봤습니다. 그 회고에서 지식이 남았고,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그 지식이 쓰였습니다.
스쿼드는 나중에 생겼습니다. 프로젝트가 쌓이면서 도메인별로 묶는 게 자연스러워졌을 때. 이미지 실험도, 서비스도, 이 글도 — 전부 프로젝트 하나에서 시작된 것들입니다.
맥락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전부 파일로 남아 있습니다.
지식은 어딘가에 흩어져 있고, 모으는 방법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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