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씩 쌓이면 일어나는 일
AI에게 내 뇌를 맡겨보기로 했다 — 4편. 스쿼드가 하나씩 생기고, 따로 만든 것들이 하나의 서비스로 모이는 과정
지금까지 작업을 시작하고 끝내면 지식이 남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글이 되는 흐름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여기에 뭐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어떤 가치가 만들어졌는지, 처음부터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으면 작업을 하나 엽니다. 리서치든, 사이드 프로젝트든, 새로운 기술 학습이든. 범위를 잡고, 리서치하고, 실행하고, 끝내는 흐름입니다.
끝날 때가 중요합니다. 회고 파이프라인이 돌아가면서 두 가지를 수행하는데,
- 지식 정리: 진행 과정에서 나온 리서치, 의사결정, 시행착오를 다음에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
- 패턴 기록: 대화 속에서 내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지를 AI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graph LR
시작 --> 실행
실행 --> 회고
회고 --> 지식["지식이 남는다"]
회고 --> 패턴["패턴이 기록된다"]
지식 --> 다음["다음 프로젝트에 반영"]
패턴 --> 다음예를 들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습관적으로 "커밋하고 진행하자"라고 말했고,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이게 반복되는 걸 AI가 잡아냈습니다. 해당 패턴에 이름까지 붙여서 기록해두고, 그 이후로 마무리에 들어갈 때 AI가 먼저 묻습니다. "커밋하고 진행할까요?"
이런 패턴이 31개 축적돼 있습니다. 173개의 프로젝트가 지나간 시점에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AI가 이전 맥락과 내 판단 습관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AI에게 글을 쓰게 시키는 것에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어떤 톤으로 써야 하는지,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하는지, 어떤 구조로 전개해야 하는지. 이런 지식은 프로젝트 전반의 맥락과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고 느꼈고, 구분된 맥락을 갖는 스쿼드의 개념을 떠올려 글쓰기 스쿼드를 만들었습니다.
스쿼드란?
하나의 도메인을 가진 작업 공간입니다. 안에는 해당 도메인의 지식, 규칙, AI 행동이 독립적으로 쌓입니다.
프로젝트 전체에 관통하는 지식(의사결정 패턴, AI 행동 규칙)은 공통 영역에, 도메인 고유의 지식은 각 스쿼드에 나뉘어 쌓입니다.

글쓰기 스쿼드를 만들고 나니 뭘 쓸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진행한 작업들이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에 리서치 내용과 의사결정 과정이 담겨 있고, 연관된 작업이 쌓이면 그건 하나의 시리즈가 됩니다.
회고 파이프라인에 한 줄을 추가합니다.
"회고시, 이번에 작업에서 스토리로 뽑을 게 있을지 확인하고 제안한다."
이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이 질문이 돌아갑니다. 뭘 쓸까 고민하는 수고가 줄어들었고, 프로젝트를 하면 블로그가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됐습니다.
회사 일도 있습니다. 전 회사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도구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Web, iOS, Android, Figma에 흩어진 디자인 정보를 한곳에서 다루는 프로젝트였는데, 1차 개선에서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컴포넌트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가, 플랫폼별 차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버전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선택지가 있을 때마다 어떤 안을 왜 골랐는지, 다른 안을 왜 버렸는지가 기록됐습니다.
한 달 뒤 2차 개선에 들어갔습니다. 보통이라면 이전 코드를 열어보면서 "왜 이렇게 했더라?"를 다시 파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본인이어도 몇 달 지나면 맥락이 흐려지니까요. AI에게 물었더니, 1차에서 내린 결정과 그 이유를 꺼내서 설명했습니다. 어떤 대안을 검토했고, 왜 그걸 버렸는지까지. 2차는 1차 위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이 프로젝트를 거칠 때마다 스쿼드 안에 쌓이고,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높아집니다. 글쓰기 스쿼드에 작성 규칙이 쌓이는 것처럼, 이 스쿼드에는 코드의 아키텍처와 컨벤션이 축적됩니다.
여기서도 회고가 돌아갑니다.
"이번에 나눈 얘기에서 스토리로 뽑을 주제가 있습니다."
AI가 얘기합니다.
타로카드 이미지 생성이 필요해서 이미지 생성 실험 스쿼드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프롬프트를 어떻게 써야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는지 감이 없었기에, 어떤 프롬프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A/B test 처럼 돌릴 수 있게 실험과 이를 수행할 스쿼드를 설계했습니다. The Fool이라는 카드의 이미지, 색감, 스타일, 카드와 같은 특징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실험을 하면서 프롬프트를 잡아나갔고, 20번이 넘는 이터레이션을 돌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도를 잡는 프롬프트와 디테일을 채우는 프롬프트를 분리하면 품질이 올라간다'와 같은 패턴들이 발견되고 해당 패턴은 Synopsis+Detail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됐습니다. 지식들이 쌓이면서 이제 어떤 이미지를 생성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이미지 생성 스쿼드'에 쌓였으며 이후 모든 이미지 생성에서 기본 접근법이 됐습니다.
이제 블로그 글을 쓸 때 어울리는 이미지도 함께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스쿼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고, 스쿼드를 만드는 스쿼드도 만들었습니다.
나만의 블로그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 서비스 아키텍처가 필요하여, 코드 스쿼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 로고나 이미지 에셋도 필요하여, 이미지 스쿼드에게 요청하였습니다.
- SEO 유입을 위한 콘텐츠도 필요합니다. 콘텐츠 스쿼드에게 요청하였습니다.
따로따로 만들어진 스쿼드들이 하나의 서비스에 모입니다.

이 시점에서 시스템 안에는 도메인별 지식, 의사결정 패턴, 콘텐츠, 이미지 생성 노하우, 서비스 아키텍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각각 다른 시점에, 다른 이유로 만든 것들입니다.
글쓰기 스쿼드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제안합니다.
"나는 어떻게 AI에 내 뇌를 이식하기 시작했는가?"
이미지를 만드는 지식과 글을 쓰는 스쿼드가 만나면 삽화가 들어간 블로그가 됩니다. 코드 지식과 서비스가 만나면 블로그 플랫폼 자체가 됩니다.
각각은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고, 기록하고, 다음에 참조하는 것. 그것만 반복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스템의 실체를 이야기합니다. 이름은 Brain in a Vat, 통 속의 뇌입니다.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