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발견하는 내 이야기
AI에게 내 뇌를 맡겨보기로 했다 — 3편. 프로젝트 기록에서 콘텐츠 소재를 감지하고, 교정을 반복하며 글쓰기 규칙이 축적되는 과정
프로젝트 안에는 네러티브(스토리)가 들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나 끝낼 때마다 남는 건 결과물만이 아닙니다. 자료를 조사하고 종합 정리한 내용이 있고, 어떤 갈림길에 왜 나와서 어떤 선택을 했고, 뭘 시도했다가 접었는지. 그 과정이 통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가 쌓이면 패턴이 보입니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일관된 선택을 하거나,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거나. 그게 나만의 스토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ANDI라는 프로젝트가 그랬습니다. AI의 행동 성향을 설계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과정을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 9개 성격심리학 프레임워크(Big Five, TCI, HEXACO 등)를 조사
- 8번의 실험을 돌렸고, 그중 3번은 데이터를 폐기
- 살아남은 결과에서 7차원 프레임워크를 도출
- 그리고 나서야 "역할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성향을 기술하는 게 낫다"는 발견에 도달
9개 조사, 8번 실험, 3번 폐기, 7차원 도출. 이 숫자들만으로 어떤 과정이었는지 드러납니다.
다만 프로젝트가 끝난 시점에서는 이걸 인식하지 못합니다. 결과물에 집중하느라 과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고, 나중에 떠올려도 맥락이 흐려져 있습니다. "그때 뭐가 힘들었더라?" 수준의 기억만 남습니다.
회고에 질문 하나 추가
2편에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 지식 추출과 패턴 학습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질문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이번에 나눈 얘기에서 스토리로 뽑을 게 있을까?"
AI가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온 리서치, 의사결정, 시행착오를 훑으면서 콘텐츠 기회를 스캔합니다. 감지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 반복 패턴: 3회 이상 반복되거나 다른 맥락에서도 적용 가능한 패턴
- 갈등과 트레이드오프: 의사결정 과정에 드라마가 있는 경우
- 피벗과 교훈: 방향을 바꿨고, 거기서 명확한 교훈이 나온 경우
ANDI의 경우, "9개 프레임워크를 조사해서 7차원을 도출한 과정"도 소재지만, "역할이 아니라 성향이라는 발견"이 더 강한 소재로 감지됩니다. 방향 전환이 있고, 교훈이 명확하니까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이 스캔이 돌아가니, "뭘 쓸까" 고민하는 단계가 사라집니다. ANDI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감지된 소재를 보면:
처음에 AI에게 "너는 시니어 개발자야"라고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잘 되는 것 같았는데, 다른 도메인에서 쓰려고 하면 매번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역할 대신 "성향"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바꿔봤더니 — 도메인이 바뀌어도 수정 없이 작동했습니다. 이 전환 자체가 소재로 감지됐습니다. 방향을 바꿨고, 거기서 교훈이 나왔으니까요.
또 하나. 프로젝트 중간에 AI가 쓴 분석 문서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부분 수정을 해봤는데 어색했고, "처음부터 다시 써봐"라고 했더니 수정 지시 없이도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 데다 새로운 발견까지 3건 추가됐습니다. "고치는 것 vs 다시 쓰는 것" — 이것도 감지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이 정도 소재가 나옵니다. 기록이 있으면 자동으로 뽑힙니다.
교정을 반복하면 규칙이 된다
소재가 생겼으니 글을 쓸 차례입니다. 처음엔 "블로그 써줘"로 시작했습니다. AI가 쓴 글은 매끄러웠지만 제 글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8번의 치열한 실험을 거쳐 혁신적인 프레임워크를 도출했습니다."
혁신적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입니다. 8번 실험하고 3번 폐기했다는 숫자를 놓으면 독자가 알아서 느낍니다. "치열한"도 "혁신적인"도 불필요합니다. "형용사 빼고 수치를 놓아줘." 교정 결과:
"8번 실험을 돌렸고, 3번은 데이터를 폐기했습니다. 살아남은 결과에서 7차원 프레임워크를 도출했습니다."
이런 교정을 반복했습니다. 2편에서 AI가 의사결정 패턴을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했는데, 글쓰기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교정을 반복하면 그게 작성 규칙이 됩니다. 의식해서 정리한 게 아니라, 교정하다 보니 축적된 것들입니다. 실제로 쌓인 규칙 몇 가지를 보면:
- 수치가 있으면 형용사가 불필요하다: 위의 Before/After가 정확히 이 규칙입니다.
-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놀라운 결과입니다"가 아니라 결과를 놓고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 한 주제를 충분히 다루고 넘어간다: 여러 주제를 빠르게 건드리고 지나가면 독자가 몰입하기 전에 끊깁니다.
- "그런데"는 편당 1회: 남용하면 모든 문단이 반전처럼 읽힙니다. 대안을 써야 합니다.
이런 게 10개 쌓여 있습니다.

지금은 AI가 처음부터 제 톤에 맞는 글을 씁니다.
여기까지의 조합
프로젝트를 하면 지식이 남고, 그 과정에서 콘텐츠 소재가 감지되고, 제 톤으로 작성됩니다. 프로젝트를 하면 블로그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아직은 하나의 도메인 안에서 동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코드 영역으로 확장해보겠습니다. 프로젝트의 맥락이 코드베이스에 축적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룹니다.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